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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2018년 대상팀, 런던 IMO 본부 견학 후기 (천준모) 관리자 2018-12-24 43465
런던 IMO 본부 견학 후기
경희대학교 국제학과 천준모
 
나는 모의 IMO 총회에 참가를 하기 전까지 해양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인지하고 있던 세상은 육지로 정의되어있었다. 지구의 7할이 바다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나의 기존 정의는 자연적이지 않고 인위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왜 그랬던 것일까? 고민을 해보았는데 아무래도 자연의 방대함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는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이해한다. 대다수의 일반인은 육지에서의 생활만 하며 일생을 보낸다. 나도 그렇다. 거제도에서 태어난 나에게도, 결국 바다라는 존재는 해변에서 바라보고, 가끔은 물에 들어가기도 하는 큰 수영장과 다름이 없었다. 나는 섬사람이기 때문에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은 실제로 본 적이 많다. 하지만 많은 일반인들이 그렇듯, 사진으로 본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배마다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어디로 향하는지 그리고 선원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기 때문이다. 오대양(五大洋)은 교과서로 이해한 것이 전부다. 이를 항해하는 과정이 실제로 어떨지 상상해본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해양은 그 방대함에 비해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세계다.
 
나를 해양으로, 더 구체적으로는 이 대회로 이끈 것은 금전적인 이유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조선업에 종사하셨다. 배를 설계하는 일을 하셨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조선(造船)은 2008년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침체를 겪고 있다. 20년이 넘게 우리 가정에 안정을 가져다준 산업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아버지께서도 그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나는 2년 전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상환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나를 현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줄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그 무엇이 모의 IMO 총회였다. 적어도 2등은 해야 해결되는 문제를 안고 어떻게 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비전공자로서 해양을 전공하는 분들과 경쟁은 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졌다. 팀원을 구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문제였다. 상금을 만약에 받게 된다면 대출을 갚는데 다 써야하는데 이런 상황을 이해해줄 친구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팀원은 친한 후배를 통해서 잘 해결되었다. 이제 문제는 어떤 주제를 논의할지였다.
 
해양의 방대함과 어울리게 국제해사기구에서 다루는 주제가 많았다. 법규, 안전, 정책, 환경 등 육지에서 다루어지는 주제들이 해양의 내용으로 적용되어 다루어지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 다루어지는 내용과 언어는 외계(外界)처럼 다가왔다. 모든 주제가 중요하지만, 전공지식이 없는 우리는 어떤 주제를 선정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차분하게 모든 주제에 대해서 공부하기로 했다. 자율운항선박, 선원교육, 배출규제, 평형수 등 굵직한 안건들에 대해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추고 나서 다시 논의를 하기로 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기술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고 연구를 할수록 우리 가능성에 대해서 비관적으로 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에는 예선 일정을 이틀 남기고 해양쓰레기를 주제로 선정했다. 현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한 해결책도 마련할 수 있었다. 예선 통과 후 우리는 워크샾에서 해양수산연수원 소속 채종주 교수님께 피드백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경희대학교에는 조선이나 해양관련 학과가 없기 때문에 워크샾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단언컨대, 교수님께서 주신 조언이 우리의 대상 수상을 결정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피드백에 따라 대대적인 수정을 했고, 이를 위해서는 예선에서 사용한 전반적인 틀을 버리고 새로운 틀을 적용시켜야 했다. 본선에 가서는 긴장된 마음을 통제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국제해사기구 런던 본부 견학은 나에게 여러모로 뜻 깊다. 국제학을 전공한 나에게 국제기구는 시스템이 운영되는 방식, 즉, 거버넌스(governance)가 어떻게 형성 및 운영될지 국가간 다자외교(多者外交)를 통해서 결정되는 곳이다. 내가 참석한 회의는 국제해사기구의 핵심인 해사안전위원회(Marine Safety Council) 100회 세션이었다. 회의 시작과 함께 의장님께서 경희대학교 학생들의 참관을 환영한다고 하셔서 영광이었다. 오전에는 11월 25일 흑해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에 대해서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우려를 표하고 불법 감금된 선원들을 안전하게 귀국 조치하라고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발언에 따라, 많은 국가들이 함께 우려를 표했고, 대표적으로 서양 국가들이 힘을 보태주었다. 유엔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은 모두 발언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중국은 간접적으로 러시아에게 호의적인 발언을 했다. 국제해사기구, 특히 해사안전위원회는 정치의 장이 아니며, 기술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자율운항선박 안건에 대해서 논의하자며 화두를 돌리려했다. 유럽연합 소속 국가의 발언 또한 흥미로웠다. 유럽 경제 강국 독일을 필두로 영국을 제외한 모든 유럽연합국들은 “유럽연합국으로서 독일의 입장에 동의하며”라고 발언을 시작했다. 브렉시트(Brexit)의 파장이 해륙(海陸)을 가리지 않고 드러나는 것이 주목할 만했다. 오후에는 자율운항선박 안건과 관하여 민간기업을 초청해 발표를 듣고 질의가 이어졌다.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은 롤스로이스가 발표를 하며 영상을 보여줬는데, 자율운항에 성공하는 장면이었다. 현재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그 영상을 보며 얼른 롤스로이스 주식을 사라고 후배들에게 농담을 던지던 게 생생하다. 하루 일정이 종료되고 임기택 사무총장님과 대화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총장님께서는 사람과 “mingle" 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모의 IMO 총회와 국제해사기구 본부 견학은 앞으로 오랫동안 나에게 큰 영향을 준 한 획으로서 남을 것이다.
 
2018 모의 IMO 총회를 참가하며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 우선, 대회를 설계하고 중요한 피드백을 주셨던 채종주 교수님, 예선부터 본선 그리고 런던 견학까지 모두 원활하고 친절하게 준비하고 진행하신 사무국 선생님, 대회를 함께 해준 우리 후배들 그리고 나의 스승님 김선일 교수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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